화웨이의 반격, 자체 AI 칩은 어디까지 왔나?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어센드의 현재와 한계

인공지능 산업의 경쟁이 AI 모델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진 중국에서는 자체 AI 칩 개발이 국가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이 바로 화웨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자체 AI 반도체인 ‘어센드(Ascend)’ 시리즈와 대규모 AI 컴퓨팅 시스템을 앞세워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 구조에 도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화웨이의 자체 AI 칩은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단순히 중국 내에서 사용하는 대체품에 머무르는 것일까, 아니면 엔비디아의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화웨이가 자체 AI 칩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

화웨이의 AI 반도체 전략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수출 규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를 확보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제한해 왔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포함된 이후 미국산 기술과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2025년에도 첨단 컴퓨팅 반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으며, 특정 화웨이 어센드 칩 사용과 관련된 규제 위험을 별도로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화웨이의 AI 반도체를 단순한 중국 내수용 제품이 아니라, 첨단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전략적 기술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 GPU를 계속 기다리는 대신 자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는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국산 AI 가속기 중 하나다.

화웨이 어센드 AI 칩이란?

화웨이의 어센드는 인공지능 연산을 목적으로 설계된 신경망처리장치, 즉 NPU다. 일반적인 CPU가 다양한 작업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면, AI 가속기는 딥러닝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행렬 연산을 병렬로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화웨이는 2018년 어센드 310을 공개했고, 2019년에는 고성능 AI 학습용 칩인 어센드 910을 출시했다. 이후 어센드 910B와 910C로 제품을 발전시키며 데이터센터와 생성형 A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화웨이의 핵심 제품은 어센드 910C다. 화웨이는 2025년부터 어센드 910C의 배치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 칩을 여러 개 연결해 대규모 AI 연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화웨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어센드 910C는 Atlas 900 A3 SuperPoD와 CloudMatrix384 같은 대형 AI 시스템의 핵심 연산 장치로 사용된다.

어센드 910C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어센드 910C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개별 칩 한 개의 성능보다 여러 개의 칩을 연결해 전체 시스템의 연산 능력을 높이는 데 있다.

화웨이의 Atlas 900 A3 SuperPoD는 최대 384개의 어센드 910C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한다. 화웨이는 이 시스템이 최대 300페타플롭스 수준의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2025년 공개 당시 화웨이는 이미 300대 이상의 시스템을 20곳이 넘는 통신·제조·인터넷 관련 고객에게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은 매우 현실적이다. 중국은 최첨단 미세공정과 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개별 칩의 전력 효율과 집적도만으로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어렵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많은 칩을 고속으로 연결해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일부 분석에서는 CloudMatrix384가 특정 연산 성능이나 메모리 용량에서 엔비디아의 GB200 NVL72 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더 많은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소비와 냉각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결국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의 최상위 GPU를 완전히 대체하는 제품이라기보다, 중국의 제한된 반도체 공급 환경에서 대규모 AI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든 전략적 대안에 가깝다.

화웨이의 진짜 반격은 ‘칩 연결 기술’에 있다

화웨이는 미세공정 경쟁만으로는 현재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 칩의 성능보다 데이터 이동과 칩 간 연결, 메모리 대역폭, 시스템 확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화웨이가 내세우는 핵심 개념은 SuperPoD다. 여러 대의 서버와 수백 개의 AI 칩을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할 때는 단순 연산 성능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칩과 칩 사이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지, 메모리 병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수백 개의 장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가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화웨이는 이러한 시스템 수준의 설계를 통해 개별 칩의 제조공정 한계를 보완하려 한다. 2026년에는 데이터 이동과 지연시간을 줄여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Tau Scaling Law’와 LogicFolding 구조도 공개했다. 화웨이는 이 기술을 향후 기린 스마트폰 칩과 어센드 AI 칩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상용 제품의 성능과 전력 효율은 독립적인 검증이 더 필요한 단계다.

어센드 950·960·970으로 이어지는 화웨이의 로드맵

화웨이는 어센드 910C 이후의 중장기 AI 칩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공개된 로드맵에 따르면 화웨이는 어센드 950, 960, 970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는 약 1년 단위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연산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어센드 950 시리즈는 FP8 기준 1페타플롭스, FP4 기준 2페타플롭스의 연산 성능을 목표로 한다. 이후 어센드 960은 FP8 2페타플롭스, 어센드 970은 FP8 4페타플롭스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 화웨이의 계획이다.

또한 어센드 950부터는 SIMD와 SIMT 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구조와 더 다양한 저정밀 데이터 형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어센드 960은 2027년 4분기, 어센드 970은 2028년 4분기 출시가 목표다. 다만 이는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의 확정 성능이 아니라 화웨이가 발표한 개발 계획이므로 실제 출시 시기와 사양은 달라질 수 있다.

하드웨어보다 어려운 문제, 소프트웨어 생태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강한 이유는 GPU 성능만이 아니다. 개발자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CUDA 플랫폼과 다양한 라이브러리, 최적화 도구, 기술 문서가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화웨이는 CUDA에 대응하기 위해 CANN이라는 AI 컴퓨팅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MindSpore 프레임워크와 어센드용 개발 도구를 결합해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기존 CUDA 기반 프로그램을 어센드 환경으로 이전하려면 연산자 변환, 메모리 관리, 분산처리 구조 수정과 같은 추가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2026년에 공개된 일부 현장 연구에서는 어센드 기반 대규모 AI 추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연산자 지원 부족, 병렬처리 불안정, 수치 오류, 관측 도구 부족 등의 문제가 보고됐다. 이는 어센드가 실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엔비디아 생태계와 비교하면 개발 편의성과 안정성에서 아직 격차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어센드 전용 연산자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려는 연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어센드 C 연산자의 실행 속도를 개선하거나 일부 추론 연산에서 높은 최적화 효과를 달성한 사례가 발표됐다. 생태계의 약점이 분명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가 엔비디아를 따라잡았다고 볼 수 있을까?

현재 단계에서 화웨이가 엔비디아를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첫째,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격차가 남아 있다. 중국의 상용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은 일반적으로 7나노미터 수준으로 평가되며, 최첨단 노광장비 확보에도 제약이 있다. 화웨이가 2031년까지 1.4나노미터급 트랜지스터 밀도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아직은 미래 계획에 해당한다.

둘째, 전력 효율 문제다. 더 많은 AI 칩을 연결하면 전체 연산 성능은 높일 수 있지만 전력 소비와 냉각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칩 가격뿐 아니라 전기요금과 운영 안정성이 중요한 경쟁 요소다.

셋째,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차이다. 엔비디아의 CUDA는 오랜 기간 축적된 개발자와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화웨이가 CANN과 MindSpore를 확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에서는 아직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그럼에도 화웨이의 성과를 단순히 기술 수준이 낮은 대체품으로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화웨이는 제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AI 칩, 서버, 네트워크,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묶은 통합 시스템을 실제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중국 AI 산업에서 화웨이 칩의 의미

화웨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 없이도 AI 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통신사, 클라우드 기업, 정부기관,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칩을 확보하는 것만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하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제품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면 성능이 조금 낮더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중국산 AI 칩을 선택할 유인이 생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칩의 판매보다 AI 인프라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확대되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 중심의 단일 생태계와 중국 중심의 어센드 생태계가 분리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 화웨이 AI 칩의 현재는 ‘완전한 추월’보다 ‘대체 가능한 체계 구축’

화웨이의 자체 AI 칩은 아직 엔비디아의 최상위 GPU를 성능과 전력 효율,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모두 넘어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어센드 910C를 실제 데이터센터에 배치하고, 수백 개의 칩을 연결한 대규모 AI 컴퓨팅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동시에 어센드 950·960·970으로 이어지는 장기 로드맵과 새로운 시스템 설계 방식도 제시하고 있다.

화웨이의 반격에서 중요한 부분은 특정 칩 하나의 성능이 아니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약점을 칩 연결 기술, 메모리, 네트워크,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로 보완하면서 중국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화웨이의 경쟁력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어센드가 엔비디아 GPU보다 빠른가”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실제 생산량과 수율, 전력 효율, CANN 생태계의 성장, 대규모 AI 학습의 안정성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현재 화웨이는 엔비디아를 완전히 추월한 기업이라기보다, 엔비디아가 없어도 작동하는 AI 산업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기업에 가깝다. 그리고 이 변화는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미국·중국의 AI 패권 경쟁을 흔드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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